[기획] Tangled Path
2025.07.05(토) ~ 07.26(토)
- 참여작가 -
- Collective Bi-Bim (채수정, 이예주, 박진솔)
- 전시기획 -
- Collective Bi-Bim
언젠가 인터넷에서 고민이 많아 보이는 비둘기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눈 위에 찍힌 수많은 발자국과 함께 보인 비둘기의 뒷모습은, 웃음을 자아냈지만 순간 나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막막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갈 곳을 몰라 맴돌던 그 흔적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잠에 들기 전, 어두운 방 안에서 온전한 나의 자유를 느낄 때에 불쑥 튀어나오는 솔직함이 있다. 언젠가부터 매일 하는 다짐과 지키지 못한 나에 대한 실망 그리고 다그치기를 반복하며 자꾸만 되묻게 되는 밤들. 무언가에 몰입하면, 세상이 그 한 가지로만 보이는 때가 있다고 했던가.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과 무엇을 하면 좋을지 먼저 보이고, 식물에 빠지면 계절에 따른 주변 환경의 변화를 먼저 알아차리기도 한다. 불안함 속에서 지속에 대한 갈망은 어쩌면 나를 일으키는 사랑이라는 감각의 다른 이름 아닐까. ≪Tangled Path≫는 나를 일으키는 모순적이지만, 순수한 감각의 흔적들에 대한 이야기다. 분명 고립되어 아무도 모를거라 생각했던 마음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사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불안과 열망 속에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비둘기가 찍은 수많은 발자국처럼 길을 잃은 듯한 상태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 행하고 있다. 헤매던, 낭비라고 생각했던 걸음들이 결국에 무언가를 이룬다. 불안한 마음, 갈팡질팡했던 순간들,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날들까지 모두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작게만 느껴진 실타래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결코 작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복잡하고 엉킨 마음들은 ≪Tangled Path≫라는 전시 제목처럼 곧지 않더라도, 우리가 어떻게든 이 세상을 함께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서로 다른 리듬일지라도 함께 걷고 있다는 것. Bi-Bim(비빔)은 그러한 미묘하고도 다정한 진실을 이번 전시를 통해 마주하고자 한다. Bi-Bim(비빔)은 남들처럼 평범했으면 좋겠다라는 상대적인 말을 들으며, 사회와 나의 정체성 안에서 나름의 도전을 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평범함이 무엇을 뜻하는지, 과연 지금 내가 행하는 이 길은 무엇인지 의문과 그 속에 알 수 없는 좌절을 느낀다. 그럼에도 지속한다는 것. Bi-Bim(비빔)은 서로 연대하며 떳떳하게 애정을 쏟는다. 서로의 막연한 위치를 굳이 곤란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것에 동질성을 느끼며, 예측할 수 없는 어딘가로 불안함의 여정을 함께 한다. 서로 닮았지만, 다른 곳을 바라보는 세 명의 작가들은 질문하고 망설이며, 때로는 서툴고 얽히고설킨 태도 속에서 마주한다. 같은 세대의 작가들은 겪어온 삶의 환경을 공유하며, 각자의 자리를 가늠하고 포개어진다. Bi-Bim(비빔)은 지나온 환경을 양분 삼아 허물고 다시 구축하기를 반복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더욱 단단하게 결합되어 작동하길 기대한다. 우리는 이 엉킴이 어떤 가능성이라고 믿는다. 버텨온 시간은 다 내 힘이다. 어떠한 여백이 생길지라도 천천히 음미하며 마음껏, 그리고 적당히 불안하며 갈망하길, 헤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