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지와 발톱, 뼈, 그리고 실

구름이나 나뭇가지 사이에서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떠올려 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종종 무관한 것들 사이에서 패턴을 찾으려는 경향을 지닌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아포페니아(apophenia)’라 부르며, 실제 연관성이 없는 요소들 사이에서 패턴을 인식하려는 인간의 인지적 성향을 가리킨다. 하늘을 보며 얼굴을 찾고, 얼룩에서 동물 형상을 떠올리는 것처럼 우리는 무질서 속에서 감각적 동시성을 인식하여 일정한 질서와 관계를 만들어내는 본성이 있다. 《가지와 발톱, 뼈 그리고 실》은 송지인, 임종연, 주태민 세 작가가 타자화된 존재를 수집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고정된 실체로서의 인간이 아닌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어온 존재로서 주목한다. 이들은 아포페니아적 인식 구조를 통해 동식물, 유기체, 사물 등 비인간 존재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이를 각자의 조형 언어로 재배열하거나 결합/해체한다. 전시는 인간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주변화된 대상을 관찰함으로써,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인식되고 정의되어 왔는지를 역추적한다. 인간 외 타자적 존재에 주목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인간성의 경계와 존재를 되짚어본다. 결국 타자화된 대상들은 단순한 ‘관찰의 대상’을 넘어, 인간(존재)을 되비추는 거울처럼 작동한다. 본 전시는 관객이 타자적 형상들과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관찰자로서의 ‘나’와 인간 존재의 경계를 다시 살펴보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이와 같은 감각적 판단의 구조를 환기하며, 세 작가가 타자화된 존재들을 선택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무엇에 의미를 부여하고, 무엇을 외면하는지를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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