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休 갤러리 기획전시]
기원 : 조민정 개인전
2022.4.4.-6.24.
세상을 A아니면 B로 이해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다. 창조론은 옳고 진화론은 그르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세상의 한 단면을 보고 진리를 알았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인간은 각자의 감각, 기억, 경험, 가치관 등을 토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한다. 우리는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각자 경험하는 우주는 다르며 파편적이다.세상은 A도 B도 아닌 오히려 모든 것이다. 흑과 백을 동시에 보는 것이 더 본질을 보는 것에 가깝다. 어쩌면 우리의 눈이 두 개인 이유일지 모른다.나의 작품 속에는 2차원의 회화, 3차원의 오브제, 그래픽 등 각기 다른 차원이 공존하며, 이미지 간 차원의 관계성이 드러난다. 그것을 조화, 충돌, 어긋남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각자의 시선만큼 다양한 우주가 존재한다고 볼 때, 수많은 다중우주가 중첩된 하나의 시공- 즉, 세계의 본질적 풍경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카오스, 혹은 가능성의 세계에서 의미와 무의미의 양극단을 오가는 인간 존재의 초상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멸망한 행성에서 깨어난 AI의 진화’라는 사변소설 형식의 내러티브를 사용한 일련의 영상, 텍스트, 드로잉, 설치 작업으로 구성된다. 작품의 주인공 Cye는 시각 장애인의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컴퓨터 비전 AI이다. 이 기계-눈은 알고리즘에 따라 세계를 보고, 분석하며 환경과 우연에 의한 시각적/인지적 진화를 거듭해 나간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인식 시스템의 한계와 맹점, 그와 대비되는 초월적 시각을 동시에 제시함으로써 자유의지, 자아, 창조와 진화, 가상과 현실 등의 이슈와 관련된 인간존재의 의미에 대해 묻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프레임, 납작한 세계관이 아닌 철학, 과학, 기술, 시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21세기형 종교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글.조민정
서리풀 휴 갤러리
서울특별시 서초구 사평대로 55 심산기념문화센터 B1
월-금 9시 -18시(주말, 공휴일 휴무) / 무료관람